여수는 이름 그대로 '아름다운 물'의 도시이다. 전라남도 동쪽에 불쑥 튀어나온 자리에 위치한 여수는 항구도시이자 공업도시여서 다소 번잡한 맛은 없지 않다. '벌교에서 주먹 자랑하지 말고 여수에서 돈 자랑 말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도시 자체가 활기가 넘친다. 여수는 통영만큼이나 아름답다. 아니 어떤 면에서는 흡사하다. 여수에 돌산도가 있다면 통영에 미륵도가 있고, 여수에 진남관이 있다면 통영에는 세병관이 있고, 둘 다 충무공과 관련된 유족이 산재해 있다. 이러한 여수는 전라선의 시발지이자 종착지이며, 한려수도의 처음이자 끝인 셈이다.
여수 시내에서 늦은 점심을 먹고 서둘러 진남관으로 향했다.
애초에 가기로 했던 식당을 찾는데 한 시간여를 소비했다. 겨우 찾았는데, 아뿔싸! 토요일이여서 식당이 문을 닫은게 아닌가? 다시 리스트에 올려놓았던 식당 찾는데 한 시간이 걸렸다. 젠장. 네비를 살까 보다. 네비가 있으면 이렇게 시간 낭비 하지 않을 건데. 두 시간을 버린 게 너무 아까워 괜히 부애가 치밀어 오른다. 허나 그것도 잠시 물 한컵 들이켜 화기를 가라 앉힌다. 10여년 동안 네비 없이도 잘 찾아다녔지 않나? 그 덕분에 웬만한 길은 다 찾아가지 않았던가? 도시 뒷골목이나, 시장의 복잡한 도로는 네비도 가끔씩 헷갈리지 않을까? 스스로 온갖 합리화를 시키고 '이런 맛도 있어야 여행이지'하고 마지막 합의점을 찾고 나서야 마음이 가라앉는다.
벌써 5시가 가까워 오고 있었다.
서둘렀다. 마침 식당 앞이 진남관이라 주차비 1,000원을 내고 뛰기 시작했다.
흥국사에서 시작하여 선소를 들렀다가 진남관을 둘러 보고 다시 여수 시내를 벗어나서 돌산도 향일암에서 여정을 마칠 계획이다.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되다니...
# 돌산대교에서 본 여수 시내 전경
종고산 아래 진남관이 멀리 보인다. 여수의 한 가운데에 우뚝 솟아 있는 종고산은 높이가 200m도 채 안되지만 충무공이 한산도 앞에서 대승을 거두었을 때 사흘간이나 은은한 종소리를 냈다는 전설이 있다.
# 선소
오래전부터 거북선을 만든 장소로 알려져 왔다. 그러나 발굴조사 결과 거북선을 만들었다는 뚜렷한 근거는 발견하지 못했다고 한다.
바닷가 쪽 뻘에는 정박중인 배가 표류하지 않도록 묶어 두던 계선주가 있다. 일설에 의하면 장승의 역할을 했다는 주장도 있다. 선소가 있는 망마산은 예전에 기마병을 훈련시킨 장소이기도 하다.
# 진남관
지방 관아 건물로는 가장 컸을 것이다. 기골 장대하고 목소리 쩌렁쩌렁한 장군처럼 외형이 위엄 있고 기세 있어 종종 수군의 지휘본부로 오해를 받곤 한다. 사실 진남관은 객사 건물이다.
이 건물은 길이 75m, 높이 14m로 정면 15칸 측면 5칸의 총 75칸 규모이다. 기둥은 둘레가 2.4m로 무려 68개나 된다.
# 돌산대교
# 갓김치
향일암 가는 길 곳곳에 갓김치를 판매하고 있었다.
돌산 갓김치는 다른 지방의 갓김치에 비하여 매운 맛이 덜하고 고유의 향이 있다. 돌산도의 비옥한 토양과 해풍으로 다른 지방에서 재배되는 갓김치와는 맛에 있어서 차이가 난다고 한다.
# 버스 정류장
임포주차장에서 향일암 아래까지는 순환버스가 다니는데 버스 승강장이 너무 앙증맞다.
국립공원으로 묶여 있어서 6시 이전까지는 임포주차장에 내려서 향일암까지 걸어가야 한다. 6시 이후에는 매표소까지 차량통행이 가능하다.
# 거북이 머리와 임포마을 전경
어둠이 내리기 시작하여 주차장에서 빠른 걸음으로 움직였다.
6시 전에는 차량이 출입이 되지 않으니 1분이라도 시간을 아껴야 했다.
# 일주문
높은 계단 위에 일주문이 걸려 있는 듯하다. 일주문의 계단을 화강암으로 깔아 웅장한 맛은 있으나 인위적인 느낌이 너무 강하다. 여기까지는 참을 수 있는데, 향일암까지 이르는데 온통 화강암 판석을 깔아 놓았다. 예전에 왔을 때에는 호젓한 흙길의 산책로였는데 이제는 걷는 재미가 없다. 발전도 좋지만 최소한도의 불편함만 없애면 되지 않겠는가?
원래는 영구암이라 불렀다. 절에서 금오산에 이르는 이 일대의 바위들에는 거북이 등의 줄무늬가 있고, 암자가 들어선 자리는 거북이 드에 해당한다고 한다. 암자 뒤의 바위들은 책 무더기에 해당하고 임포마을 쪽은 거북이 머리처럼 보인다. 이 형세는 거북이가 불경을 등에 지고 바다로 헤엄쳐 들어가는것 같은 모습이라고 한다.
그런데, 일제 강점기에 '일본을 바라보자'라는 뜻의 향일암이라 강제로 부르게 하여 널리 쓰였다고 한다. 또는 망망대해의 바다 위에 떠오르는 해돋이가 장관이라 그렇게 불리웠다고도 한다.
아무래도 영구암이라고 다시 불리우는게 지형이나 역사적으로도 올바른게 아닌가 싶다.
절에 이르는 길은 이러한 암문을 여러 개 지나야 한다. 이 어둠의 세계를 지나면 밝은 부처의 세상을 만나게 된다.
절에 오르는 층계 옆 황토색의 예쁜 단 위에 향로가 있어 한 샷 했다.
맷돌을 징검다리 처럼....
관음전 가는 길에도 암굴을 지나야 한다. 암굴 안은 이미 어두워져 가로등이 켜져 있었다.
# 관음전 앞 석등
향일암에서 바라 보는 풍광이 제일이 아닌가 싶다. 향일암은 일출 뿐만 아니라 낙조도 유명한데 오늘은 그저....
암자를 내려오자 이미 어둠이 내려 앉았다. 어둠 속의 휴게소가 너무 정겨워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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