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보다 아름다운 스님
‘사람이 꽃보다 아름답다’는 노랫말은
음미할수록 가슴에 남는다.
꽃은 피었다 금방 시들지만
사람이 남긴 아름다운 향기는 오래도록 감동으로 지속되기 때문이다.
신라 애장왕 때 정수 스님이 거지 여인을 구하기 위해
자신의 가사를 벗어 주었다는 얘기도 그 중 하나다.
<삼국유사>에 나오는 이 감동적인 스토리를 간추리면 이렇다.
스님은 서라벌에서도 큰 절인 황룡사에 살고 있었다.
어느 겨울 밤 외출에서 돌아오다가
천엄사 대문 추녀 밑에서 막 해산을 한 거지 여인을 만났다.
달빛을 등불 삼아 살펴보니 날이 추워 얼어죽을 지경이었다.
스님은 얼른 옷을 벗어,
싸늘하게 죽어가는 거지 여인을 가슴에 품었다.
자신의 체온으로 그녀의 몸을 데워주기 위해서였다.
얼마가 지나자 산모는 조금씩 살아나는 것 같았다.
겨우 의식을 회복한 산모를 위해 스님은
속옷까지 벗어서 덮어주었다.
알몸이 된 스님은 민망하게도
달밤에 스트리킹을 감행해서 절로 돌아왔다.
이 이야기를 읽으면서 생각나는 것이 여성 노숙자 문제다.
그들은 한데서 생활하다 보니 심지어 강제추행 같은
성적인 피해를 당하는 경우까지 있다고 한다.
아쉬운 것은 이 노숙자들에게
잠자리를 제공한 절이 있다는 얘기를 듣지 못했다는 점이다.
신라의 경주에서처럼
서울에도 수많은 스님이 살고 있을텐데 말이다.
그러나 이는
가슴이 따뜻한 종교인이 없기 때문은 아닐 것이다.
사랑과 자비를 목걸이처럼 걸고 다니는 분들이
불쌍한 노숙자들을 외면할 리가 없다.
아마도 숨은 선행을 찾아서
세상에 전해 주는 일연선사 같은 기록자가 없기 때문일 것이다.
-불교평론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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