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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에 복을 부르는 팔도 국수

朴正培(박정배) 2012. 2. 10. 19:26

국수는 대표적인 잔치 음식이다. 어린아이는 건강하게 오래 살라고, 갓 결혼한 부부는 싸우지 말고 사이좋게 잘살라는 의미에서 사람들은 좋은 날 국수를 먹었다. 새롭게 시작된 한 해, 이렇게 좋은 날 국수 한 그릇 먹으며 1년 행복을 빌어본다. 우리나라에 숨어 있는 특별한 국수 6가지를 소개한다.


 

강원도의 칡국수

장정 여럿이 달라붙어도 땅속의 칡은 쉽사리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질긴 생명력의 상징처럼 여겨지는 칡은 먹을거리가 없던 시절 그야말로 연명하도록 도와주는 귀한 식재료였다. 강원도 정선에서 옥수수로 올챙이국수를 먹었다면, 칡으로 끓인 국수는 영월 사람들의 헛헛한 속을 채웠다. 갈근이라고도 불리는 칡은 관절염을 앓거나 폐경을 맞은 갱년기 여성에게 좋고, 특히 숙취 해소에 효과적이다.

 

영양이 풍부한 칡으로 면을 만들 때 칡가루와 밀가루를 반반씩 섞으면 면발이 좀 더 쫄깃해지고, 보통 밀가루 면보다 좀 더 오래 삶아야 맛이 좋다. 국물은 멸치로 내야 시원하고 구수한 맛이 나는데, 진한 국물이 먹고 싶을 때는 채 썬 감자를 넣어 끓이면 된다. 옥수수나 메밀로 끓인 국수보다 칡국수가 속이 더 든든해 한 끼를 배부르게 채워주었다. 지금이야 허기 달래기가 아닌 추억을 맛보기 위한 별미 국수가 되었으니 세월이 참 무섭다. 

 

충청도의 토리면

이름이 영 낯선 토리면은 메밀면으로 끓인 잔치국수와 도토리묵이 만나 완성된 충청도 제천의 유명한 음식이다. 토면이라고도 불리는 국수는 언제부터 등장했을까. 토면은 본래 강원도 고성의 장터국수지만 지리적으로 가까운 충청도에 영향을 주지 않았을까 전해진다. 제천 박달재는 도토리가루가 많아 다양한 조리법으로 유명했다. 강원도가 고향이던 어느 부부가 충청도에 식당을 내면서 이 2가지 음식을 섞어 일종의 퓨전 음식을 개발한 게 토리면의 출발이다. 지역의 대표 재료끼리 만나 의기투합한 토리면은 화려한 고명이 보는 눈을 즐겁게 한다.

도톰한 묵채와 오이, 배, 상추, 신김치, 거기에 다진 쇠고기까지 올리고, 살얼음이 뜬 동치미 국물을 붓는다. 그 맛은 냉면과 막국수의 중간쯤으로 새콤달콤 시원하다. 숟가락으로 묵을 떠먹고 나면 밑에 감춰졌던 메밀국수가 등장한다. 한 그릇에 2가지 음식을 맛볼 수 있으니 토리면은 도랑치고 가재 잡는 격의 만족감을 준다.

 

제주도의 땅콩국수

우도에는 에메랄드빛 바다와 고운 산호가루로 채워진 서빈백사만 있는 건 아니다. 모래가 없는 흙 땅인 우도에는 고소한 땅콩도 있다. 알이 동그란 우도 땅콩은 고소한 맛에 단맛까지 난다. 섬 면적의 3분의 1이 땅콩밭일 정도라니, 우도 사람들은 땅콩 먹는 방법에는 도가 텄을 게 분명하다.

콩이 아닌 땅콩을 갈아 국물을 내고 땅콩가루를 듬뿍 얹어 먹는 국수도 그중 하나. 이 국수의 비법은 별다를 것 없이 처음부터 끝까지 땅콩이다. 땅콩에 물을 붓고 곱게 갈아 한소끔 끓인 다음 차갑게 식혀두었다가 삶은 면을 넣고 땅콩가루를 올리면 완성이다. 고명도 없이 식탁에 오르는 자신만만함이 땅콩국수의 매력이다. 좋은 재료 덕분에 어지간히 맛을 낼 수 있으니 솜씨 없는 새댁도 기죽을 일 없겠다. 맑고 시원한 국물을 찾는 사람들에게는 환영받지 못할 맛이지만 평소 고소하고 진한 맛과 향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콩국수보다 땅콩국수를 더 사랑하게 될 것이다. 

 

경상도의 모리국수

이름에서 따뜻한 정감이 느껴지는 모리국수. 어부들이 남은 생선을 식당으로 가져와 국수 넣고 끓여달라고 하면서 시작된 매콤한 국수다. 모리라는 예쁜 이름이 어떻게 생겨났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아귀나 물메기 같은 생선을 모디(모아) 넣고 끓여 모디(모여서) 먹는다 해서 모디국수라고도 하고, 일본어에서 유래한 말이라고도 한다. 다만 지치고 배고픈 어부들에게 싱싱한 생선에 콩나물과 매운 고춧가루 양념을 넣고 끓인 모리국수는 따뜻한 위로와도 같은 음식이란 점은 분명하다.

모리국수의 국물은 대게와 다시마로 우린다. 해산물이 풍부한 바닷가 마을답게 기본 재료가 고급스럽다. 또 한 가지 특징은 면이다. 모리국수로 유명한 포항의 한 식당에서는 풍국면을 쓰는데 얇고 납작하게 생긴 칼국수면이다. 생선에 소금기가 있어 면은 소금을 덜 넣어 만든다. 만선의 기쁨으로 술 한잔 마실 때 안주 삼아 곁들여도 좋은 모리국수는 해물탕인지 국수인지 헷갈리지만, 얼큰한 국물은 한국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그리워할 맛이다. 

 

경기도의 까나리냉면

까나리액젓을 넣어 먹는 냉면이라니 '1박 2일' 프로그램의 복불복 게임에 등장하는 벌칙 메뉴는 아닐까 싶어진다. 까나리냉면은 우리나라 최서북단인 백령도의 대표 음식으로 황해도식 물냉면이다. 제일 먼저 탁한 국물이 눈에 띈다. 돼지뼈와 소뼈로 국물을 우리는데, 첫 번째 삶은 물은 버리고 다시 끓이는 일반적인 방법이 아니라, 딱 한 번 우린 국물을 기름기만 제거하고 그대로 사용한다. 여기에 까나리액젓과 마늘을 넣어 개운한 맛을 낸다. 까나리액젓 서너 방울을 넣은 냉면은 비릿한 맛이나 향 대신 더 진한 국물 맛을 느낄 수 있다. 물론 까나리액젓은 시중에서 판매하는 것과는 다르다.

면도 중요하다. 까나리냉면에는 가위로 잘라야만 먹을 수 있는 보통 메밀면보다 메밀 함량이 높아 뚝뚝 끊기는 면이 제격이다. 진하면서 시원한 냉면은 한겨울에 먹으면 온몸이 짜릿짜릿해질 정도. 백령도에서는 찬 음식 먹고 속이 탈날까 싶어 메밀면을 삶은 국물에 삶은 달걀노른자와 까나리액젓을 잘 풀어 후식 삼아 먹는다니 그 지혜로움도 일품이다. 

 

전라도의 도토리칼국수

배고픈 시절 산에서 주운 도토리는 일용할 양식이 되어주었다. 요즘은 살찔 염려가 없는 웰빙 재료로 도토리의 위상이 날로 높아져 곳곳에 도토리 음식 전문점이 생겨나고 있다. 강원도의 대표 식재료라는 개념이 희박해질 정도. 전라도 김제에서 찾은 도토리칼국수도 새삼스럽지 않다. 도토리묵은 가장 대표적인 음식으로 양념을 끼얹거나 국물을 부어 묵밥으로도 먹는다. 하지만 도토리칼국수는 좀 다르다. 도토리가루로 면을 만들어 끓인 국수로 재료의 맛과 향을 온전히 느낄 수 있다.

도토리칼국수 면은 도토리가루와 감자가루, 밀가루를 섞어서 만들어 두껍게 썬다. 뽀얗게 우러난 사골 육수에 면과 감자, 양파, 대파 등 평범한 재료들을 넣고 끓이는데 마지막에 달걀을 풀어 넣는다. 모양새는 예쁘나 맛을 크게 좌우하지는 않는 지단 대신 달걀을 국물에 직접 넣으면 한결 부드러운 맛이 난다. 많이 먹어도 부담스럽지 않은 도토리칼국수는 특별한 맛이 없는 도토리 음식을 맛있게 즐길 수 있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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