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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어의 참맛

朴正培(박정배) 2012. 2. 29. 20:15

▲ 홍어무침 드세요.
홍어를 여름에 먹으면 맛이 떨어진다고 한다. 그걸 부인할 사람은 많지 않다. 그래!
서 대개 한식(寒食)부터 한로(寒露) 전날까지 여름을 지나는 도중에는 홍어집에 손님이 줄어드는 건 물론이고 홍어 마니아들이 모여 있는 <홍어를 좋아하는 사람들의 모임> 활동도 다소 저조하다. 하지만 일반적인 식당에 비교하면 안 된다. 여전히 예약을 해야 홍어 한 점 먹어볼 수 있기는 마찬가지다.

하지만 알고 보면 상식을 수정해야 할 일이 있을지도 모른다. 맛이 떨어지는 원인은 어디에 있을까? 하나는 기온과 습도의 차이에서 오는 것이요, 둘째는 잡힌 홍어가 해저에서 잡아먹는 음식과 바다환경에 기인한 바 크며, 셋째는 사람들의 막연한 우려에서 비롯되며 관리 소홀에 그 원인이 있다 하겠다. 하나하나 살펴보자.

▲ 이런 건 아닙니다. 차라리 삭히지 마세요. 이 작!
은 한 점에 색이 고르지 않고 군데군데 다 다르지 않습니까? 먹으면 후회합
니다. 특히 바깥쪽에 누리끼리한 그 빛깔이 나면 회로서 가치는 영점입니다. 색으로 고르는 눈을 가지려면 꽤 노력이 필요합니다.
첫째, 기온과 습도는 적당하게 삭히는가.

한식에서 한로까지 6개월 동안은 한마디로 고온다습하다. 고온이니 유통과정에서 이미 예기치 않은 숙성이 제멋대로 되고 있다. 심한 경우 하루 사이에 녹아서 흐물흐물해질 수도 있다. 이건 삭히는 게 아니라 내장이나 연약한 살이 옆 친구 살을 곪게 하는 과정 즉 썩고 있는 것으로 보아도 무방하다.

나는 지난 5월 흐린 어느 날 홍어를 꼬들꼬들 말려 찜을 만들기 위해 작업을 했다. 파리 떼를 막고자 얇은 비닐을 씌우고 주차장 승용차 보닛 위에 올려놓은 적이 있다. 2시간 뒤에 가보니 국물이 질질 흘렀다. 육질을 만져보고 깜짝 놀랐다. 마치 찜을 ?
卍塚?것처럼 연골마저 흐느적거렸고 스르르 부서진다. 실로 낭패였고 처절한 패배였다. 바로 쓰레기 봉지에 싸서 버렸다. 이토록 열에 민감한 게 홍어다.

그렇다면 홍어를 삭히기 위한 적정한 온도는 대체 몇 도쯤이나 될까? 나는 사실 오늘 큰 비밀을 털어놓고 있는 셈인데 어떤 이는 섭씨 5도라고도 하고 또 다른 사람은 1~2도라고도 한다. 맞다. 하지만 이는 철에 따라 다르다.

겨울철 등 외부가 추울 땐 항아리 주위 온도가 4~5도가 좋다. 반대로 여름철에는 더운 주위 온도가 영향을 끼치니 섭씨 1~2도까지 낮춰야 한다. 항아리가 유약을 바르지 않아 숨을 쉰다는 전제로 외부 환경의 변화까지 고려한 온도다. 그래서 요즘 김치 냉장고가 그 위력을 발휘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기복 없는 꾸준한 보살핌 아래 소위 때깔이 고르고 눈으로도 먹음직스럽다는 느낌을 갖기에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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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pt;line-height:130%; color=#3A6E7C>▲ 홍어 간을 홍어애라고 하는데 넓은 의미에서 애는 창자전체를 말하지만 애간장이라는 말에서 보듯 좁은 뜻으로 간을 이야기 할 때도 있습니다. 이걸 썰어 기름장에 찍어 입에 넣고 씹지 마세요. 혀 위에 올려 입천장에 살짝 누르면 사르르 녹아 들어갑니다. 이거 주는 집으로 가십시오.
ⓒ2004 김규환
또한 하절기 습도(濕度)는 홍어 맛을 좌지우지한다. 습하면 비린내가 지독하다. 거꾸로 일시에 건조한 상태가 되면 지린내가 풀풀 난다. 손님이 파리를 날릴 경우 냉장고에 오래 넣어두다 보면 말라비틀어져 입에 대는 순간 역한 냄새로 물리고 싶은 심정이다. 난 이 때 두 점째 먹는 걸 꺼린다. 회 한 점에 색깔이 차이가 있다면 이걸 의심하면 된다.

그래서 홍어를 삭힐 때는 먼저 홍어코를 잘라 먹고 내장을 ?
㉢?신선한 애를 꺼내 먹어 치운다. 그 다음 민물 물기가 전혀 닿지 않도록 조치하여 끈적끈적 흐르는 점액질을 헝겊으로 닦으면서 부위별로 잘라 따로 삭힌다.

삭히는 과정에서도 홍어에서 빠져 나오는 수분에 흥건하지 않도록 밀가루 종이부대나 흰 헝겊을 깔아 고이지 않게 한다. 홍어 취급하는 사람치고 이걸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다. 하지만 절반 이상은 이것마저 지키지 않는다.

장마철은 평균 습도가 80% 대에 육박한다. 그렇다면 좋은 홍어를 먹기 위한 적당한 습도는 어느 정도로 하고 어느 때를 기준으로 하는 게 좋은가?

습도는 60% 전후에 이르는 시기를 선택하면 좋지만 그리 녹록치만은 않은 게 현실이다. 그게 봄과 가을 습도다. 특히 여름철 냉동홍어를 해동했다면 하루 중 썰물 때인 밤낮 12시 전후에 손질을 하면 질게 되는 현상을 막을 수 있다. 젓갈을 담그는 원리를 보면 알 수 있다.

온도와 습도. 이 두 가지를 다 지키기는 무척 힘들다. 둘 중 하나를 고르라면 나는 온도에 유념하길 권하고 싶다. 습도까지 맞추는 사람은 그리 흔치 않기 때문이다. 이렇게 세심한 배려로 삭혀진 홍어는 육질도 ?
牝竄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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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산참홍어라 붙어있네요. 흑산도산이 아닌데 흑산도산이라 하거나 중국산을 국산이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둘째, 잡힌 홍어가 해저에서 잡아먹은 고기와 바다 환경의 차이에 따른 맛의 차이다.

서태평양 북부인 서해에서 잡히는 홍어는 30m에서 100m대의 대륙붕 위에서 장산곶매가 먹잇감을 찾아 활활 날갯짓을 하며 유유히 나는 모습이다. 넓은 연(鳶) 날개가 양쪽으로 바람에 파르르 떨듯 살래살래 잔잔히 일렁이는 자태를 상상?
曼마? 흡사 바람에 너울대는 연잎과 같다. 직접 보면 기가 막힌다.

이 아름다운 생선의 이동 경로를 보면 겨울철 타이완 북쪽 동(東)중국해를 남방한계선으로 하여 부근에서 노닐다가 신안군 각 옥(玉)섬에 들러 정약전 선생께 문안올리고 볼거리와 연구 자료를 제공한다. 수온이 올라감에 따라 군산-연평도-신의주 앞바다까지 오르락내리락하며 한번씩 먹어보라고 권한다. 그래서 황해도 사람들도 찜은 즐겨 먹는다.

활동무대는 겨울에 남쪽으로 내려갈 뿐 서해 연근해다. 천혜의 조건을 갖춘 서해는 세계지도상 오목하게 패인 만(灣)이다. 그런데 이 서해는 갯벌 천지다. 어느 나라를 보아도 이런 드넓은 ‘펄’을 가진 곳은 없다. 중국 황하와 한국의 서사면 지형이 펄이 모이는 구조적 장점을 지니고 있기 때문인데 흙탕물이나 흙 허섭스레기 취급하여 없애는 일에 몰두하고 있는 정부의 대응을 보면 기가 찰 일이다.

육지 민물에서도 미꾸라지 지름장어 뱀장어 따위의 장어 과(科)는 펄에서 나는 플랑크톤을 먹고 육질이 더 단단해지고 영양가도 만점이라는 사실에서 보듯 갯벌은 어류에 있어 최고의 성찬(盛饌)이다. 홍어는 !
서남쪽 바다에서도 식물성·동물성 미생물을 맘껏 섭취하고 여기에 오징어,
새우, 게, 갯가재와 조기, 꽁치 등을 가리지 않고 먹는다. 해부해볼 필요도 없이 홍어탕을 끓이려다 내장 손질을 해보면 답이 나온다.

▲ 11.5kg 짜리 칠레산 홍어입니다. 이리 봬도 흑산홍어에 버금가는 쫀득한 맛이 나는 홍어입니다. 올 봄 TV에 나왔던 홍어랍니다.
지구 정반대쪽으로 가보자. 칠레 앞바다는 지구본을 놓고 한반도 아무 데서나 드릴로 뚫으면 나오는 곳이다. 극!
과 극이 통하는 것이므로 계절만 반대일 뿐 맛은 가장 가깝다. 이 얼마나 우리에게 대단한 선물인가. 최고급 흑산 홍어가 맛이 떨어질라치면 냉동 칠레산이 기다리고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곳은 서해의 깊이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깊어 능성어와 비슷한 어종, 우럭과 놀래미, 바닷장어, 게와 가재가 주로 보인다. 가까운 바다보다 심해에 살고 있는 어종이다. 국산 또는 서해안 산과 닮은 건 게와 가재도 먹는 것이고 다른 점은 자잘한 어류를 적게 먹는다는 것이리라.

동아시아가 여름인 때 그곳은 한 겨울이므로 앞에서나 일반인들이 말하듯 홍어가 맛이 없는 건 아니다. 칠레산은 지금이 가장 맛있는 철이라 보아야 한다. 다만 위에서 언급한 해동 후 온도와 습도 그리고 관리 소홀 및 사람들의 인식에서 당장 여름엔 맛이 없다고 보는 것일 뿐이다.

이와는 별도로 적도에 가까운 쪽인 호주와 북반구인 일본열도, 캐나다와 미국 등은 오뉴월은 철이 아니라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위에서 거론한 미국 등 여타의 바다에 있는 홍어 생육조건이 펄이 없이 그냥 고기나 잡아먹고 사는 데서 맛의 차이가 결정된다. 지구 정!
반대 칠레에서 잡힌 홍어는 시커먼 흙에 가깝고 여타 지역은 그 빛깔이 희?
川シ므構킬?선명하지도 않으며 흐리멍덩하다.

▲ 위 칠레산 홍어를 잘 삭히면 이렇게 빛깔이 좋은 홍어회가 나옵니다. 방송출연 후 바로 먹어보니 아주 차져서 좋았습니다.
셋째, 사람들의 막연한 우려와 관리소홀에 그 책임이 있다.

그럴 수 있다. 조개가 맛이 없고 회를 맘대로 먹을 수 없는 철이 여름이다. 인정한다. 여름철엔 먹지 않느니 못하는 회와 패류가 아니?
彭? 넓게 보면 홍어도 회니 그리 볼 수 있다.

하지만 단정할 일은 못된다. 활어(活魚)와 선어(鮮魚)의 차이가 뚜렷하고 홍어는 여타 회와는 근본이 다른 발효식품이다. 여기에 막걸리를 부어 말끔히 청소한다는 점까지 곁들여졌으니 같은 취급을 하면 섭섭하다. 행여 여태 뭐가 잘못되었다면 위장에 들어가서 새로운 반응을 일으켜 아무 문제없이 만들어 버리니 이게 무슨 대순가.

그냥 여름은 어느 철이고 음식을 잘못 먹으면 탈이 나게 되어 있다. 그래서 예전 어른들은 구체적으로 장마와 뙤약볕이 뜨는 8월까지는 돼지고기를 입에 대지 못하게 했다. 하지만 예외가 있었으니 그건 바로 된장이다. 된장과 함께 먹으면 웬만한 질병은 거뜬히 이겨낼 수 있다. 소고기는 소금에 먹어도 돼지고기는 된장에 삶질 않던가.

t-size:9pt;line-height:130%; color=#3A6E7C>▲ 홍어 황제 흑산도 홍어의
앞뒷면입니다. 아래쪽을 보면 뽀얀 우윳빛이고 반대편은 진한 갈색인데 이걸 햇볕에 들어 올리면 반투명으로 거의 붉은 색에 가깝답니다. 여름철엔 흑산 홍어도 몇 만원짜리가 있습니다. 소위 펄랭이와 수컷은 싼 편이지요. 이 때 한번 친구 두셋이서 어울려 주문하면 됩니다.
이제 결론으로 달려가자. 정녕 홍어를 여름철엔 먹을 수 없을까. 결단코 아니다. 냉장고를 맹신한 때문이요, 관리를 소홀히 한 탓이다. 홍어가 가장 맛있는 철인 한로부터 한식까지의 동절기에 외부조건은 홍어에겐 불편부당하다. 외부조건이랬자 빤한 것 아닌가.

여름엔 수많은 악조건에 노출되었으므로 맛이 덜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이미 환장했거늘 안 먹고 지나치면 허전함을 막을 길이 없다. 하지만 삭히고 보관하는데 철저히 원칙을 지키면 별무다. 사람!
스스로 맛을 버려놓고는 맛없다고 불평하는 건 본말이 전도된 것이다.

다만 홍어탕과 무침 맛이 떨어지는 까닭은 부재료인 무 뿌리 때문이다. 일찍 자라 단단하지 못하고 수분을 과다함유하고 있으니 당연한 것 아니겠는가. 이런 약점을 미나리가 채워주니 자연이 베푸는 사랑은 무궁무진하다.

또한 날씨가 덥기 때문에 뜨겁고 열나는 걸 먹지 않으려는 습성에 기인한다. 하지만 습한 냉기를 덜어내는 데는 홍어만한 음식이 없다. 찬 성질의 홍어가 특히 몸에 열이 많은 사람들이 여름을 날 때 아이스크림 몇 개보다 효과가 있다는 건 희소식 아닌가.

없어서 못 먹는 홍어, 시장에 가면 만원 주고도 꽤 큰 것을 만질 수 있다. 내장을 발라 달라고 해서 김치냉장고 힘을 빌리면 간단하다. 장애물이 하나 있는데 그도 걱정 끝이다. 여성미용과 산후조리, 비만치료에도 좋으니 아내의 반대는 곧 사그라질 것이다. ‘웰빙’이 따로 있다던가. 텁텁한 막걸리에 홍어나 한점 먹어보자. 여름 홍어, 너마저 내가 찜해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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