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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 스님의 "의자"

朴正培(박정배) 2012. 5. 29. 07:38
  법정 스님의 의자 · 2011
다큐멘터리 | 75분 | 2011.05.12 개봉 | 임성구(감독) 법정(本) 최불암(내레이션)


本來無一物




무소유… 그리고 법정 스님
2011년 봄날, 그의 향기가 세상을 맑게 합니다.

“가치 있는 삶이란, 욕망을 채우는 삶이 아니라 의미를 채우는 삶이다.”
“언젠가 한 번은 빈손으로 돌아갈 것이다. 이 육신마져도 버리고 훌훌히 떠나갈
것이다. 하고 많은 물량일지라도 우리는 어쩌지 못할 것이다. -법정(法頂)-
“나는 큰스님이 아니라 그냥 '법정 스님' 이다.” <법정 스님의 의자>

산 속 작은 암자에서 평생 홀로 살며 무소유의 삶을 실천했던 故법정 스님.
어린 시절부터 입적에 이르기까지 법정 스님의 모든 일생이 담긴 휴먼 다큐멘터리 <법정 스님의 의자>는 삶의 의미를 잃어가는 모두에게 진정한 행복을 일깨워 주며 험한 세상을 헤쳐나갈 무한한 용기와 가슴 벅찬 희망을 전해준다.
나눔, 소통, 자비의 삶을 통해 참된 행복을 일깨워준 법정 스님의
무소유에 대한 가르침이 영상으로 살아나 다시금 맑고 향기롭게 피어난다.



확실히 종교를 주제로 삼은 다큐멘터리가 트렌드다. 2009년 <소명>에 이어 지난해 <위대한 침묵> <회복> <용서> <할> <울지마 톤즈> 등이 극장 개봉했고, 올해에도 <바보야>가 관객과 만났다. “평생 무소유를 실천하며 무소유로 살다가 무소유로 입적(入寂)한” 법정 스님의 일화를 통해 <법정 스님의 의자> 또한 진정 대중을 위하는 불교는 무엇인가, 그가 말한 무소유의 삶이란 어떤 건가를 되묻는 종교영화다.

<법정 스님의 의자>는 법정 스님이 생전 하신 말씀과 행동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나열한다. “평생 그를 괴롭힌 건 책에 대한 갈증” 이라는 주변 사람들의 말에선
법정 스님의 책에 대한 애정을 엿볼 수 있다. 불교의 대중화를 위한 노력도 빼놓을 수 없다. “해인사의 팔만대장경을 (보통 사람들이) 읽지 못하니 마치 빨래판과
같다” 는 동료 스님의 말을 들은 법정 스님은 대장경을 한글로 번역하는 역경
(譯經) 사업을 도맡아 했다. 또 그는 자신을 “큰스님” 이라고 부르는 사람들에게
“나는 큰스님이 아니라 그냥 ‘법정 스님’ 이다” 라고 대답함으로써 스스로 권위를
낮췄다. 이런 일화 하나하나가 사람들에게 던지는 깨달음이다. 무엇보다 영화는
법정 스님의 무소유를 강조한다. “책상 위에 물건이 쌓일 때마다 버린다. 버리지
못하는 게 있다면 방 밖으로 나간다” 는 법정 스님의 습관은 집착을 버리는 것이
얼마나 중요하고 어려운 일인지를 말한다. 아쉬운 점도 있다. 이 작품은 법정 스님의 일화를 단순히 나열하는 데 그친다. 다큐멘터리에서 중요한 건 무엇을 말하는가가 아니라 소재를 어떤 방식으로 말하는가이다. 그 점에서 <법정 스님의 의자>는 법정 스님의 대표작 <무소유>의 다큐멘터리 버전이랄까.
- 글: 김성훈 2011-05-11

<영화> 스승의 삶... '법정스님의 의자'


현대사회에서 어른으로 살아가기는 쉽지 않다.
신자유주의가 도래한 후기자본주의사회에서 어른들은 100m 달리기하듯 매사에 온 힘을 다해야 한다. 경쟁을 통해 소유물을 하나씩 늘려나가는 것이야말로
자본주의 사회를 살아가는 미덕처럼 인식되기도 한다.

이러한 무한 경쟁과 소유의 시대에 지난해 작고한 법정 스님(1932-2010)은
'무소유'를 설파했다. 법정스님의 발자취를 담은 다큐멘터리 '법정스님의 의자'
는 적어도 형식측면에서 영화적으로 훌륭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일단 구성이
오밀조밀하고 탄탄하지 못하다. 법정스님의 육성이나 주변인의 인터뷰에 비해 내레이션 비중이 지나치게 높다. 영화의 화법에 따라 다양한 변화와 효과를 줄 수 있는 음악의 사용에서도 아쉬움이 남는다. 특히 영화 말미에 나오는 이문세의 '가로수 그늘아래 서면'은 뜬금없다는 생각마저 들게 한다. 하지만, 다큐멘터리가 전달하는 내용은 이러한 모든 단점을 상쇄하고도 남을 만큼 강력하다.

살아생전 법정스님이 남긴 영혼을 고양하는 말씀과 그가 남긴 무소유의 발자취, 그리고 무엇보다 '시대의 스승'을 그리워하는 제자들의 순정한 눈빛을 따라가다 보면 75분의 시간이 훌쩍 지나간다. 그리고 질문이 남는다.
'나는 지금 제대로 살고 있는가' 라는...

'무소유' 등 수십 여권에 이르는 저서로 가장 대중에게 인기있는 승려였던
법정스님은 청빈한 삶의 표상이었다. 수십억 원에 이르는 인세는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쓰였다. 그의 암자에는 책조차도 몇 권 없었다. 정신적인 소유욕을 경계한 탓이다. 그를 위해 일반신도가 기증한 길상사에서는 생전에 하룻밤도 자본 적이 없었다. 철두철미하게 무소유로 일관한 그의 삶의 자세는 몸에도 흔적을 남겼다. 수십 권의 책을 썼고, '수타니파타', '법구경' 등 수많은 경전을 번역했지만 그의 손 모양새는 문필가의 그것과는 거리가 멀었다. 수십 년간 텃밭을 일군
"농부의 손" 처럼 거칠기만 했다.

영화는 등록금이 없어 작은아버지에게 손을 벌려 학업을 이어가야 했던
어려웠던 유년기, 거목 효봉스님 밑에서 엄격하게 수학하던 청년기,
순천 불일암에서 용맹정진했던 장년기, 벽지에서 홀로 병마와 싸우던
노년기 등으로 나눠 법정 스님이 남긴 삶의 족적을 따라간다.

"언젠가 한번은 빈손으로 돌아갈 것이다. 이 육신마저 버리고 떠나갈 것이다.
하고많은 물량일지라도 우리를 어쩌지 못할 것이다" 라든가
"중이 출가할 때보다 몸무게가 늘어선 안된다" 등의 말씀이 기억에 남을 만하다.

제목인 '법정스님의 의자' 는 스님이 영화 '빠삐용' 을 보고
직접 만든 의자를 의미한다. "의자 이름을 지어둔 게 있어. 빠삐용 의자야.
빠삐용이 절해고도에 갇힌 건 인생을 낭비한 죄였거든.
이 의자에 앉아 나도 인생을 낭비하고 있지는 않는지 생각해보는거야."

- 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2011-04-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