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등산을 하는 많은 분들이 제일 좋아하는 계절이 가을일지도 모릅니다. 울긋불긋 물드는 단풍은 등산객들의 마음을 사로잡기에 충분하죠.
하지만 가을산은 그 아름다운 변화만큼 많은 위험요소를 안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산에서 가을은 “여름의 연장이 아니라 겨울의 시작”이기 때문일 겁니다.
1. 가을산은 어떤 위험요소를 안고 있을까요.
먼저 생각할 수 있는게 예측하기 어려운 날씨 변화입니다. 날씨가 좋다면 산행하기 최적의 조건이지만 갑작스런 비바람은 기온의 급강하로 저체온증을 유발합니다. 가을하늘은 이동성 고기압 때문에 맑지만 고기압 뒤편에는 빠르게 움직이는 한랭전선이 도사리고 있어 좋아만 보이던 날씨도 한순간에 바뀌기 쉽상입니다.
또한 때늦은 태풍과 가을장마, 조랭현상으로 인한 예상치 못한 첫서리 등은 산행위험의 복병입니다. 조랭현상은 이름 그대로 기온이 예년에 앞서 많이 떨어지는 것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2002년 지리산 단풍을 구경하러 간 등산객들은 졸지에 발목을 덮는 첫눈의 즐거움을 맛보았습니다. 조랭현상이 아니더라도 환절기로 인해 일교차가 10~15도 정도로 벌어져 밤이면 평상복으로 움직이기 어렵습니다.
두 번째로는 가을은 해가 짧아지는 계절입니다. 추분을 시점으로 나날이 해가 짧아지게 되죠. 평지기준으로 9월말 낮 시간은 11시간 53분, 10월말 낮 시간은 10시간 41분, 11월말 낮 시간은 9시간 48분으로 점점 짧아지는 것입니다. 평지를 기준으로 한 시간이므로 산에서는 훨씬 짧겠죠. 하산시간을 정확하게 예상하여 일찍 하산하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큰 일교차로 인해 가을철 야간산행은 사고와 직결될 수 있습니다.
세번째로는 낙엽으로 인한 위험입니다. 가을철 산행의 재미중에 낙엽산행도 있는데 무슨 위험이 있을까 의문을 제기할 수도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산행중에 등산로를 잃는 대표적인 경우는 눈으로 인한 등산로의 변화일 겁니다. 이외에 비로 인한 물길 때문에 길을 잃기도 하죠. 낙엽 역시 바람이 편편한 곳에 몰아 놓고 있어 무심코 낙엽길을 따르다 보면 등산로를 벗어나기 쉽상입니다. 낙엽으로 인한 미끄럼도 주의해야 할 사항이죠.
2. 안전한 가을철 산행을 위해 무엇이 필요할까요.
일몰시간이 빠르고 기온이 급격히 떨어지는 것이 가을산의 특징이라면 무엇보다 우선적으로 생각해야 할 문제는 방풍·방수의류의 준비입니다. 산행지침서에 ‘가을비를 만나면 주저말고 하산하라’는 말이 있습니다. 방풍·방수의류는 등산객들에게 생명줄과 같은 것으로 사계절 내내 필요한 사항이지만 가을철에 가장 유용하게 사용될 것입니다. 방풍·방수의류 없이 아무리 많은 옷을 껴입는다 해도 젖어 들어오는 한기는 막을 수 없습니다.
여름이야 우중산행의 재미도 느낄 수 있으나 가을철에 맞는 비는 체온을 급격히 떨어뜨려 피로를 빨리 일으키고 약간의 바람에도 체감온도를 크게 떨어뜨려 생명의 위험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악천후에만 대비하면 산행사고의 절반이상은 대비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다음으로 해가 짧아지는 계절적 특성에 대비하는 것입니다. 무엇보다 일찍 출발하고 일찍 하산하는 것이 중요하겠죠. 장기산행의 경우 야영지를 미리 선정해 해지기전에 야영준비를 마쳐야 합니다. 하산시간을 여유롭게 잡고 서두르지 않는 것이 가을철 안전산행의 기본수칙입니다.
또한 하산이 늦어질것에 대비한 헤드렌턴도 필수품입니다. 가을철 위험요소에서 이야기한 낙엽 등으로 등산로가 변해 있거나 미끄러울 수 있으니 해가 졌더라도 하산을 서둘지 않는게 좋습니다. 이때 렌턴마저 없다면 큰 위험에 처할 수 있습니다.
정리한다면 어느때 산행보다 철저한 산행계획과 꼼꼼한 장비의 점검이 필요한 것이 가을철 산행입니다. 가을철 산행의 악조건은 예상치 못한 상황의 악천후가 되는 셈이죠. 비에는 방수의가 있다면 되는 것이고, 강풍엔 방풍의가 있으면 해결되는 것이죠. 갑작스런 기온저하는 보온의류가 있어야 되겠죠.
배낭역시 악천후에 대비해 꼼꼼하게 준비하는게 필요합니다. 스며드는 한기에 여벌의류마저 없다면 그 고통은 경험해보지 못한 사람은 모를 겁니다. 차가운 한기에 산행하는 것은 체력소모가 커서 고열량의 비상식품을 준비하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따뜻한 차를 준비할 수 있다면 그것도 좋겠죠.
여분장비의 귀중함을 절실히 느낄 수 있는 것이 가을철 산행이기도 합니다. 그렇다고 무조건 무거운 배낭이 좋을 수는 없습니다. 배낭무게 역시 산행위험의 복병일 수 있으니까요. |